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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병삼 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IT 전문가가 쓴, IT 비전문가를 위한 미래 이야기
이 책은 ‘불안한 미래를 내 손 안에 넣는 법’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KT에서 마케팅본부장, e-Biz 본부장, R&D 부사장, 신사업부문 부사장, 성장사업부문 부사장, 이사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통신망 현대화를 직접 기획하고 집행한 장본인이다. IT(정보기술)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그이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는 IT 자체보다는 ‘미래’라는 키워드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소개하면, 인류는 호모사피엔스(지능을 가진 현생인류)에서 호모디지쿠스(디지털 시대의 신인류)로 진화해 가고 있는데, 한민족은 호모디지쿠스의 우성인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슬기롭게 대처하면 미래 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사례와 설명이 다수 소개되어 있다. 전체 내용은 크게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 IT가 변화시킬 미래 사회의 모습 등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원 없는 국가의 전략은 이스라엘처럼!
가끔 뉴스를 통해 접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나라, 이스라엘.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언급하면서 자원 없는 나라의 전략적인 국가경영의 모범사례로 이스라엘을 제시한다. 국토도 좁고 광물 등 천연자원도 부족한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토인비가 말했던가. 이스라엘의 역사야말로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의 날씨에 관심을 갖는 만큼 이스라엘 사람들은 갈릴리 호수의 수위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의 80%를 갈릴리 호수에서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이 부족한 사막지대에 위치한 이스라엘에서 어떻게 농업이 발달할 수 있었을까? 1970년대 이스라엘은 관개 파이프라인이 없는 곳에서는 식물이 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주저앉지 않고 갈릴리 호수의 물을 대규모 파이프라인으로 주요 거점에 운반하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점점 가느다란 파이프로 연결하여 거리의 가로수, 정원의 꽃, 잔디, 농장의 채소까지 직접 물을 공급했다. 물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공기 중에 분사했겠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그런 사치가 허용되지 않았다. 루트 투 루트(root to root) 방식을 통해 식물이 겨우 갈증을 해소할 만큼의 수분만을 공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이스라엘의 채소나 과일은 크지 않고 볼품없이 생겼지만 당도나 숙성도만은 어느 나라 것보다 높아서 국제시장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악조건을 성공적으로 극복하여 농업국으로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게다가 최소한의 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덕택에 세계 최고의 관개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1970년대 농업정책을 진두지휘한 곳은 부총리실 산하의 CSO(chief scientist office)였다. 자연과학, 경제, 인문학 등을 망라한 분야별 전문가 150명으로 구성된 두뇌집단으로, 농업 분야 이외에도 이스라엘의 주요 핵심 정책들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조직이다. CSO가 농업 다음으로 주목한 분야는 물이었다. 관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수의 담수화 프로젝트에 역점을 둔 것이다. 기존의 해수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기 위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소금을 걸러내는데 이 공정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러나 석유가 나지 않는 이스라엘은 여기서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전기분해 대신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한 막 기술을 개발하여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소금을 분리해낸 것이다. 게다가 이를 통해 확보한 다수 특허를 통해 그 후로도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으로부터 로열티 수입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세계적인 자원 부족을 예견하고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여 방사능 안전기술을 선점했고, 1990년대에는 IT의 시대임을 간파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술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벤처기업’과 ‘벤처 펀드’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2000년대에는 미래의 경제 트렌드로 뉴미디어의 활성화를 예견하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네트워크 보안기술에 주목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미리 보고 핵심기술에 저비용의 지식 투자를 선행함으로써, 이후 각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하는 인프라에 투자할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싹쓸이해 가는, 전형적인 지식 드라이브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 입주한 기업의 25% 정도가 이스라엘 정부의 펀드에 기초를 두고 있고 원자력 안전기술, 네트워크 보안 등의 핵심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기업들은 이스라엘 기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은 이스라엘 NDS 社가 개발한 암호화 장비를 갖추지 않은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영화를 공급하지 않을 정도인데, NDS가 개발한 암호화 알고리즘은 현재까지 한 번도 해독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를 누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길목에 가서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기다리는 전략. 우리도 참고할만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의 자원선점 전략, 인도의 교육정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선진국은 멀리 앞서가고 후발국은 턱 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 수 없다.
■IT라는 렌즈로 본 미래 세상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제는 IT를 통해 바라본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다. 저자가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읽기 위해 제시한 키워드 중 하나는 ‘인터넷’이다. 물론 인터넷은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과거 10년이 PC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인터넷 경제 I'의 시대였다면 미래 10년은 TV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인터넷 경제 II’의 시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생활의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등장한 것은 고작 10여 년 전의 일이다. PC의 인터넷은 과거 10여 년간 우리의 생활과 사회와 경제를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매년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규모가 600조 원에 달하고 은행 업무의 80%, 증권 거래의 90%가 인터넷에서 일어나며, 지난 10년 사이에 세계 최대 통신회사인 AT&T가 사라지고 그와 유사한 규모의 구글이 새로 탄생했고, 미국에서 두 번째 큰 통신회사인 월드콤이 사라지고 그와 같은 규모의 이베이가 등장했다. PC와 같은 정보기기 뿐만 아니라 TV와 같은 가전기기도 인터넷에 연결되는 인터넷 경제 II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AT&T나 월드콤 대신 구글과 이베이가 등장했듯이, 향후 10년간은 양방향 방송 등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와 미래를 읽는 또 다른 키워드는 ‘솔루션’이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고객들의 니즈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공급 측면의 사업 구분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고객 관점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즉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헨드릭스 社는 유럽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가축사료 회사로 유럽 전체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즉, 유럽의 소 10마리 중 4마리는 핸드릭스의 사료를 먹고 자랄 정도로 수익성이 안정된 회사이다. 하지만 핸드릭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가축의 건강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리트머스 종이에 가축의 소변, 혈액, 타액 등을 적시면 즉시 가축의 건강상태를 알아낼 수 있도록 했고 그 밖에 가축 질병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까지 추진하여 세계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고객인 농민 입장에서 볼 때 가축에게 먹이를 먹이는 문제는 일부분에 불과하고 가축이 건강한지 살피고 혹시 아플 경우 치료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해결해주는 핸드릭스의 솔루션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통해 다수의 충성적인 고객을 확보하게 된 핸드릭스는 매출의 대부분은 사료에서 얻고 이익의 대부분은 건강 체크 키트와 백신에서 얻는 안정된 수익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른 사례로 캐나다의 다이너마이트 제조회사인 ICI Explosive의 경우 북미 폭발물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안정적 회사였는데 현재는 세계 최고의 지하자원 탐사회사로 변신해 있다. 수만 번의 지하폭발물 실험을 하면서 그 반사파를 측정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지하 세계를 들여다보는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었다. 이제 ICI Explosive의 업(業)은 다이너마이트라는 제품을 파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지하자원을 찾아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저자는 IT가 가져다 줄 제2의 기회를 활용할 아이디어를 교통, 교육, 의료, 조선, 방송, 통신 등 각 영역별로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전 세계에 특파원을 파견하고 케이블 방송을 통해 24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CNN (Cable News Network)처럼 각국 방송사와의 제휴를 통해 인터넷으로 뉴스와 방송을 제공하는 ‘INN (Internet News Network)’, 세계 각국에 표준화된 형태로 설치되어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IT 게르(Ger, 몽골족의 이동식 집)’ 등의 모델은 특히 참고할 만하다.
■한국인이여,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
급변하는 세상, 그리고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우리의 경쟁국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우리 한국인은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호모디지쿠스의 우성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자의 예를 들어 보자. 중국의 한자는 정보기기에 입력하려면 일단 유사한 소리로 변환한 다음 거기서 맞는 한자를 선택해야 하는 2중 구조여서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우리의 한글은 디지털 세상에서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엄지족들의 문자입력속도가 가장 빠른 언어가 한글로 알려져 있다. 민족성에 있어서도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고고히 살아가는 일본인과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인은 온라인에 나와서 생면부지의 블특정 다수와 이야기하고 게임하는 데 익숙하다. 또한 소셜 컨텐츠를 소비하거나 등급 매기기, 후기 작성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활동적인 민족이기도 하다. 혹시 아직도 ‘좁은 국토’라는 제약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저자는 그런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비록 물리적 세상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좁지만 디지털 세상에 있는 ‘디지털코리아’는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처럼 원하는 만큼 달려서 차지하면 되기 때문에 무한히 넓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제부터 한 국가의 영역은 영토(領土)와 영해(領海)와 영공(領空) 뿐 아니라 사이버영토까지 포함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주된 주장을 설명하는 중간중간에 IT와 관련된 상식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알파벳 문자 하나를 디지털 데이터로 표시하려면 불빛이 8번 깜빡거려야 하지만(불빛이 한 번 깜빡거리는 것이 1비트) 우리의 목소리 1초를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려면 불빛이 6만 4천 번, 영상 1초를 저장하려면 600만 번의 깜빡거림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UCC 등 영상물의 확산을 위해서는 왜 광대역 인터넷이 중요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전화를 교환해주는 ‘자동교환기’가 어떤 동기로 발명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스웨덴 어느 시골의 장의사가 갑자기 고객이 줄어들어 원인을 조사해 보니 경쟁 장의사가 전화 교환원을 매수하여 장례가 필요한 유가족이 문의해 올 때 자신의 번호를 안내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에 격분한 그 장의사가 1년을 들여 개발한 것이 자동교환기라고 한다. 그 밖에도 롱테일, 위키, 팟캐스트, 홈 게이트웨이, 센서 네트워크, 와이브로, U시티 등 일반인들도 알아두어야 할 다양한 IT관련 용어나 상식에 대한 설명도 제공한다.
아쉬운 점은 앞서 이야기한 전략에 관한 설명, IT기술 현황, 미래 사회 전망 등이 일목요연하게 모듈화되어 있지 않아서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특정한 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량의 지식을 쌓으려는 목적을 가지지 않고 그냥 에세이처럼 부담없이 읽는다면 큰 흠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IT나 기타 기업 경영에 관한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통찰을 편한 마음으로 만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IT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향후 IT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어떻게 발상할 것인지, 타 산업 분야에 속한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IT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힌트를 얻는다면, 또한 미래 디지털 세상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끼는 동시에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의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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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님 건강하신지요 그리고 좋은 책을 번역해주셔서 감사하고 잘 읽고 있읍니다
2010/09/29 17:47미국 뉴저지에서 너무 많이 연구만하지 말고 한국도 다녀가시고 그때 연락 주십시요
커머스라는 B2B 자회사가 일천하여 운영이 어렵기는 하지만 세상을 배워가고 있읍니다
맹사장님,
정말 오랜만에 반가워요. 이렇게 피드백도 주시고...
정들었던 그 시절이 새삼 생각납니다. 이곳 뉴욕생활도 바삐 보내려고 노력하고있어요. 모처럼의 시간적 여유도 최대한 활용하구요. 항상 건강 건승 하시길 기원합니다.
윤부사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일전에 영우리셉션에서 뵈었던 뉴욕중앙일보 이상묵 상무입니다. 한국 나갈 기회가 있어서 창업국가를 한권 사서 왔습니다.
2010/12/19 02:07많은 도움이 되었구요. 호모디지쿠스도 한번 읽어 봐야 겠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다시 한번 뵙기를 기대합니다.
비밀댓글입니다
2011/01/31 13:47제일기획 윤문재 프로가 강추해서 바로 교보에 주문해서 사읽었던 책. 아내가 유대인 교육법에 관심이 많은터라 그러려니 했는데 완전히 새롭게 이스라엘을 조망하게 된 책. 석유독립이 테러국에게 자금조달을 막기위함이라는데 정말 재밌는 발상의 나라.
2011/02/20 21:07번역하신 책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만 읽다보니 해군이 거의 없는 IDF인데 "해군"이란 표현이 너무 많이 보이네요. 이라크의 예에서도 해군이 주민들에게 배급을 한다는 예도 나오고 혹여 marine을 해군으로 번역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2011/05/09 11:16